01. 여름 런던 교외의 시계탑 11번가에서
종종 있는 이야기지만 그 해 겨울, 한 마술사가 사체로 발견되었다. 그는 비록 소규모이나 연구동을 다스리는 관장이었으며, 사체가 발견된 현장은 그 연구동의 관장실이었다. 사인은 신체절단에 의한 쇼크사로 되어 있다. 연구동을 방문한 자는 단 한 명도 없었으므로, 용의자 하나 없는 채 그의 죽음은 자살인 것으로 처리되었다.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지만, 마술사인 이상 이런 결말도 있는 법이다. 그러므로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이 사건에 대해 어떠한 의문도 품지 않았으나, 마지막에 고인을 이장하는 단계가 되어서는 일제히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생전부터 고인이 준비해 두었다는 묘지에는, 이상하게도 세 명 분의 묘비가 세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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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오후의 햇살 때문에 눈을 찡그린 채로 오래된 거리를 걷는다. 영국의 기후는 일본과 비교하면 건조하다. 습기가 적으니 햇볕이 세더라도 불쾌하지 않고, 땀도 나지 않는다.
나는 걸치고 있던 외투를 벗은 뒤, 지도를 한 손에 든 채 목적지로 향한다.
벽돌과 석고의 스트리트. 12세기 경에 지어진 건물이 아직도 남아 있는, 중세와 근대가 뒤섞인 풍경.
마흔 채가 넘는 학생 기숙사와 백 채는 넘는 학술동,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상업으로 이루어진 거리. 마술협회의 발상지発祥地인 동시에, 명실상부 현대 마술계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마술사의 총본산. 경의와 경외를 담아 '시계탑'이라고 부르는 이 거리에, 나는 몇 년 만에 발걸음한다.
"여기서부터 아스테아인가……역시 가장 약한 11과야, 거리에서 불쾌감이 느껴지지 않아. 돈 없는 고고학자가 모인 곳 답네." 1
시계탑이라고 하는 도시는 각 학부, 부문에 따라 거리의 구성이 다르다. 마술협회는 신비학을 열두 분야로 나누고, 도시의 모습을 각 학부의 특색에 맞추어 두었다…는 뜻이다.
열두 명의 군주가 관리하는 열두 학부. 열두 분야는 필수라고도 일컬어지는 전체 기초, 마술 전체의 공통 상식, 지파, 마나학… 을 Ⅰ로 하여 각각 개체기초, 강령, 광석, 동물, 전승, 식물, 천체, 창조, 저주, 고고학, 현대마술로 이어지는, 마술사의 향후 방향을 결정하는 연구 방침이다.. 열세 번째 과로서 정치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법정과가 있지만, 이건 신비를 연구하는 학문이 아닌 사회를 굴러가게 하기 위한 학문이므로 열두 학부에는 카운트되지 않는다.
대체로 마술사는 전체 기초… … 마술 전체의 공통 상식, 유감(類感) 마술과 감염 마술, 지파, 마나학…을 5년 정도 배우고, 그 뒤 각 집안이 이어받은 학부에 들어가며, 그 보좌, 발전을 위한 준비를 위해 다른 학부에도 적을 두는 게 일반적이다. 2
학부를 따지자면 나는 천체과였다.
천체과를 한 마디로 말하면 점성술, 천체 운동, 신학 등으로 세분화되므로, 나와 완전히 똑같은 수득(修得) 과정을 거친 마술사를 만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리고, 학과별 결속은 견고하며, 외부인이 자신의 보금자리로 들어오려 한다면 개인 간의 싸움이었던 것이 컬리지 간의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애초에 나는 시계탑에 재적했던 시기가 없으므로, 그런 텃세는 연이 없다. 그런 자유분방한 상태로 아스테아 컬리지를 활보하고 있다. 이게 메이저한… 선민사상의 화신, 바르토멜로이 가(家)가 좌지우지하는 개체 기초…컬리지였다면 개인 용병에게 붙잡혔겠지만, 이 아스테아는 마술협회의 권력투쟁 밖에 있는 구역이므로 그럴 위험은 없다.
무엇보다 고고학밖에 연구하지 않는, 순수한 연구자들의 집합이다. 이제 와서 나를 붙잡아 이래저래 싸움을 걸 사람은 없다.
"어이쿠, 여기네, 여기. 미스터 플라우로스의 연구동. 어머, 생각했던 것보다 크네. 꽤 위세 높은 패트론을 잡은 모양이네, 그 사람."
목적지에 도착한 뒤, 철창 건너편, 풍족한 정원 안에 늘어선 건물을 관찰한다. 아담한 개인주택을 상상했으나, 실제로는 부지만으로도 200평 정도 되는 큰 저택이었다. 일본인, 더불어 서민 출신인 나로서는 작은 성처럼 느껴진다.
"공동연구자도 있었던 모양이지만, 이 정도의 공방을 가질 수 있었다면 대성공인데. 왜, 그런———"
입에 담을 뻔 한 불길한 언령을 멈춰 세운다. 문에는 "방문객은 월말까지 사절"이라는 푯말. 저택은 높은 철창으로 둘러싸여 있다. 나는 헛기침을 하며 안경을 고쳐 쓰고, 레이디다운 우아한 모습으로 초인종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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